*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통의 친구 사이.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땐 단순하게 동갑내기 친구의 달달한 연애물일 거라는 예상을 막연하게 했습니다. 그 말을 서두에서부터 적는다는 건, 내용이 그렇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실상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접한 것들은 속없이 좋다고 애정을 내뿜는 연애는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제각기 다른 모습의 사랑을 빚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 연기를 하는 사람. 어떤 역할을 맡아 새로운 인물에 인생을 녹여가는 사람들, 다른 존재가 되어 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대중 앞에 선보이는 사람들. 그동안 많은 연예계물을 봤지만 배우 본인의 치열한 삶과 마음에 대해 조명한 건 정말 새로운 시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와 화면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배우도 실은 자신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작, 사신사상四神思想에서의 남방南方의 성좌. 제목에서부터 「주작의 숲」이니, 어느 사막이나 열대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뻔한 시작을 생각해봤더랍니다. 예로부터 남쪽은 다른 지방보다 기후가 덥고 열기가 어려있기로 유명하기에. 그러나 첫 장을 넘기자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기였습니다. 어지간한 불이라면 쉬이 꺼져버렸을 빗줄기 속에서 삼...
백魄과 흑黑 날이 궂었다. 꼭 비가 올 것처럼 아주 흐린 하늘이었는데, 정작 내리지는 않았다. 마치 눈물을 참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넘칠 듯 출렁이는 먹구름만 가득했다. 정적과 웅성거림이 기묘하게 섞인 공간 한 가운데에서, 주희는 곧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모조리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검은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 검은 ...
칼날에 녹이 슬었을까요. 도련님께 죄를 지은 자들을 베어내는 제 손에 힘이 빠진 것일까요. 말도 안 되지요. 감히 내 것을 해쳐 놓은 무뢰한들을 처벌하는 일에 힘이 든 적은, 없었어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들의 목을 단번에 갈라놓지 못함은 어인 이유일까요. 고통에 허덕이는 이들을 내려다보다 다시 한번 칼을 내리꽂습니다. 핏줄기가, 눈앞을 뒤덮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언가의 끝이라는 것은 겪어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낯선 것입니다. 관계, 시간, 추억, 장소, 그 어떤 것이든지 그렇습니다. 하물며 사람의 목숨이, 이 세상이 현재로부터 단절될 미래가 급작스럽게 끼어들어 왔다면 어떨까요. 지금 리뷰를 쓰는 동안 들려오는 소리를 조금 설명해 볼까요. 다닥다닥 빌라들이 모여든 이 동네는 창문 하나를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김수영 시인의 ‘눈’(1956년作) 중 일부입니다. 두 명의 준희 씨를 지면 너머로 만나는 동안, 저는 이 대목이 떠올라 숨이 막혔습니다. 작품이 전개되는 동안 눈은 끊임없이 내립니다. 모든 인물들의 감정을 새하얗게 덮어버릴 듯이 눈발이 휘날립니다. ...
주방에 난 쪽창을 보았다. 작은 유리 너머로 빗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다.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다. 꼭 그것과 같은 방울들이 톡톡 튀고 있다. 샛노란 기름이 끓어오르면서 뻐끔거리는 광경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홀에선 요란한 탄식과 프리킥에 실패한 키커를 욕하는 목소리가 터진다. 후드에 달린 타이머에서는 삐삐삐, 하고 알람이 비명을 질렀고 주방 바깥에서...
@nyny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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